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동생 배웅하던 여대생, 정신질환 30대 '묻지마 칼부림'에 숨져


정신 질환을 앓던 지적장애 30대 남성이 대낮에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묻지 마 범죄'(별다른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것)가 경북 칠곡에서 발생했다. 우울증을 앓던 10대 고교 중퇴생이 초등학교 교실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 만이다.

경북 칠곡경찰서는 1일 낮 12시 10분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시장 지하도에서 지나가던 여성 신모(21·대학 3학년·칠곡군 왜관읍)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윤모(34·칠곡군 왜관읍)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신씨는 흉기에 찔린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출혈이 심해 숨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이날 지하도를 걸어가던 신씨를 보고 지니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가슴 부위를 4~5차례 찔렀다. 윤씨는 범행 직후 태도가 돌변해 행인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윤씨를 붙잡았고, 윤씨는 당시 흉기를 바닥에 버려둔 채 멍하니 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씨와 신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숨진 신씨는 이날 직장에 다니는 여동생을 왜관역에서 배웅하고 3㎞ 정도 떨어진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길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어렸을 때부터 지능이 약간 떨어졌으나 일반 고등학교까지는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는 지적 능력이 눈에 띄게 퇴화하는 증세를 보였고, 4년 전 지능지수(IQ)가 35~49 사이일 때 부여되는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는 정신 질환 증세까지 겹쳐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은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올 1월 퇴원했다. 윤씨는 퇴원 뒤 가끔 집을 나와 며칠씩 밖에서 지내다 돌아오기도 했고, 이날도 지난달 28일 집을 나와 밖에서 지낸 지 사흘 만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식당을 하는 아버지·어머니·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으며, 가족들은 이번에 가출 신고도 하지 않았다.

윤씨 가족은 "(윤씨가) 그전까지 의사 표현이 서툴러도 얌전했으나 작년부터 갑자기 거친 태도를 보였다"며 "최근에는 어머니에게 '돈 번 거 다 내놓아라' '집을 나가 혼자 살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 증상이 있다고 범죄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방치됐을 경우 일시적인 폭력성을 나타낼 수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일 오후 12시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시장 앞 지하도에서 윤모(26)씨가 흉기를 휘둘러 20대 여성이 숨졌다. 이날 오후 한 어린이가 사건 현장을 지나고 있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대구=박원수 기자 w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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