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화장지를 변기가 아니라 휴지통에 버립니다!”
2008년 10월 유튜브에 ‘코리안 토일렛 페이퍼(Korean toilet paper)’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변기 옆에 하늘색 플라스틱 휴지통이 놓여진 한국 공중화장실. 카메라가 휴지통 속 휴지를 적나라하게 비추면서 “농담이 아니다”는 촬영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한 캐나다 네티즌이 올린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9만3000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5일 ‘샘’이라는 아이디의 미국 네티즌도 자신의 블로그에 비슷한 글을 올렸다. “한국인들은 뚜껑 없는 쓰레기통에 오물 묻은 화장지를 버린다. 진짜 역겨웠다.”
일부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 한국식 화장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빗대 ‘코리안 토일렛 스타일(Korean toilet style)’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해외 블로그에는 “한국에선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안 된다”는 등 관련 글만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하는 건 한국의 독특한 문화다. 중국과 일부 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선 화장실 칸에 휴지통이 없다. 휴지는 변기에 버리고 여자화장실에만 여성용품 등을 넣을 수 있는 작은 통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사용한 휴지를 노출시켜 두면 미관상 좋지 않은 데다 세균이 번식하거나 냄새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화장실 문화는 신문지나 질 낮은 휴지를 이용하던 시절 변기가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휴지통을 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장지 때문에 변기가 막힐 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지 제조업체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화장실용 휴지는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아 쉽게 물에 풀린다”고 설명했다. 배관수리 전문가 김기섭 변기114 대표도 “변기가 막히는 것은 화장지가 아니라 음식물이나 다른 오물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식 화장실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하행) 화장실은 1년째 ‘화장실 쓰레기통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칸마다 ‘휴지는 변기에 버린 후 물을 내리세요’라는 안내판을 붙였다. 롯데백화점 전 지점도 여자화장실엔 여성용품 등을 버릴 수 있는 작은 휴지통만 두고, 남자화장실의 휴지통은 치워버렸다.
하지만 몸에 밴 한국식 화장실 문화를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지난 4월 양평역 등 서울 시내 8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시범 운영했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2개월 만에 원상 복구했다. 다국적기업 스타벅스도 한국 매장엔 변기 옆에 휴지통을 비치했다. ‘휴지는 변기에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규격 푯말까지 붙였다. 미국·영국 등의 스타벅스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두툼한 화장지와 휴지통을 비치해둬야 편하게 여기는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 기자
이현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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