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공사장에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인자하신 아버지였다.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단 한 번도 창피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생겼다. 아버지와 예비 남편 둘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그녀는 결국 아버지를 택하고, 파혼을 했다.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한 여성의 ‘파혼담’에 등장하는 상대 남성 측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휠체어에 의존하는 아버지가 결혼식 때 딸과 동반 입장을 하지 못하도록 한 예비 시어머니를 향한 비난이다. 파혼을 한 여성이 대중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위해 지난 13일 인터넷에 올린 글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이 주장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가족과 지난 6일 상견례를 가졌다. 그런데 예비 시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상견례 자리에 나온 아버지에게 “딸 결혼식도 보지 못하고 속상하겠다.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데 신부와 입장을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여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꾸를 하려 했으나 “딸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면 얼마나 보기 안 좋겠느냐”고 애써 다독이는 아버지와 난처해진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남자친구에게 다시 한 번 결혼식 입장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남자친구 부모가 “휠체어를 탄 사돈과 며느리가 신부 행진을 하는 모습은 절대 볼 수 없다”고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여성의 부모가 다투게 됐다. 아버지는 "딸에게 흉보이고 싶지 않다"며 동반 입장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어머니는 “그게 무슨 창피한 짓이냐. 당당해지자”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여성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남자친구가 자기 부모를 설득해보려 하지도 않는 태도가 너무 원망스러웠고, 결국 파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혼 소식을 전해들은 예비 시어머니는 지난 16일 이 여성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너무 황망한 상태에 빠져있던 그녀는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결혼이 아이들의 장난이냐. 차라리 잘 됐다. 다리 불편한 아버지나 평생 모시고 살아라”는 내용의 악담을 퍼부었다.
여성은 게시판을 통해 문자메시지 화면을 공개하고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무시했지만, 화가 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으나 한순간 모두 무너져 힘들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버지의 다리를 창피해 하지 않을 수 있는 현명한 사람과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글을 마쳤다.
네티즌들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여성을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그런 정신상태의 시어머니하고는 결혼해도 문제라는 것과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딸의 모습이 대견하다는 것이다. “예비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치매 같은 병에 걸릴 때 부끄럽다고 아들에게 자신을 버려달라고 할 것인가”라며 분노를 표시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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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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