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4일 화요일

‘도전자’ 임미정과 함께하는 노정연 기자의 ‘몸치 탈출’ 행복 트레이닝


7월, 노 기자는 스파이더맨이 되어보기로 했다. 고도의 정신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극한의 운동, 스포츠 클라이밍. 중력을 거슬러 암벽을 타고 오르는 기분은 초여름 더위를 바싹 얼릴 만큼 짜릿했다.



7월 뜨거운 여름에 맞설 정신&체력 단련

실내 클라이밍



수직세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근력과 균형 감각, 유연성을 기르고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하는 전신운동이다.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이 철인 3종 경기에 비교될 정도라 하니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동시에 극한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로도 유명하다. 한마디로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때문에 노 기자에게는 마라톤만큼이나 두려운 종목이었다. 마라톤, 킥복싱에 이은 세 번째 도전 과제 실내 클라이밍. 초반의 두려움과는 달리 그 신선하고 짜릿한 매력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실내 암벽장에 들어서니 12m 높이의 거대한 인공 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K2 C&F 센터는 서울 도심 가까이에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클라이밍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스포츠였다. 최근 박하선, 지진희 등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는 연예인들에 의해 알려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실내 암벽장을 찾는 이들이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대한 높이와 다양한 기울기의 암벽들로부터 위압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돌멩이 모양의 알록달록한 홀드(암벽 등반에서 잡거나 디딜 수 있도록 돌출된 인공물)들이 눈에 띈다. ‘아무리 봐도 이 작은 돌멩이들을 잡고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데….’ 새가슴이 되어 걱정하고 있는 사이 K2 클라이밍팀 서형찬 팀장이 안전도구들을 들고 다가왔다.



클라이밍용 로프와 하네스(로프를 고정시키기 위해 허리에 차는 도구)였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리드 클라이밍은 암벽을 오르는 등반자와 밑에서 로프를 잡고 안전을 확보하는 보조자가 2인 1조가 돼요. 로프와 안전장치로 연결되어 있으니 안심하세요.” 클라이밍은 로프를 이용해 13m 이상 높이를 수직으로 올라가는 ‘리드’와 6m 이내의 코스를 로프 없이 이동하는 ‘볼더링’ 두 종목으로 나뉜다. 각각 벽의 각도와 코스에 따라 난이도가 다른데, 입문자인 노 기자는 90도 수직벽 리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운동 전 준비운동은 기본. 제자리 뛰기와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하네스를 착용했다.



오르기 전

암벽화는 발에 작다 싶을 정도로 꼭 맞게 신는다. 발을 꽁꽁 동여매 지상에서는 신고 있기 불편하지만, 암벽에서는 좁은 틈새에 미끄러지지 않고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발끝의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맨발에 신는다.



암벽화와 루프, 하네스 등 리드 클라이밍에 필요한 장비들.



1차 시도

30년 인생을 평지를 기반으로, 어린 시절부터 경사진 곳을 유독 싫어하던 노 기자였다. 하물며 1도도 기댈 곳 없는 수직 절벽을 맨손으로 올라야 한다니. 일단 올라가보라는 서형찬 팀장의 말에 막막한 기분이었지만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을 믿어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만만해 보이는 눈앞의 홀드를 잡고 몸을 당겼다. 양발을 가까운 홀드에 올려놓고 시선을 높여 다음에 잡을 홀드를 찾았다. 손을 뻗어 다음 홀드를 잡고 다시 몸을 당겼다. 살면서 이렇게 크게 팔 힘을 썼던 때가 언제였나 싶었다. 학창 시절 체력장 턱걸이를 할 때도 어마어마하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그땐 적어도 철봉에서 떨어져 죽을 걱정은 없었으니까(물론 밑에서 보조자가 안전장치인 로프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본능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신체 중 가장 취약한 부위라고 생각했던 팔에서 폭발적인 힘이 쏟아져 나왔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전신에 힘을 쓰다 보니 몸 구석구석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클라이밍을 왜 전신운동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니 어렴풋이 움직임에 패턴이 생겼다. 잡은 홀드를 중심으로 양발을 움직여 이동하는 것이 가장 쉽다는 점을 깨달은 것. 하지만 홀드가 조금이라도 멀리 있거나 잡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면 벽에 붙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본능적으로 매달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무아의 상태. 높이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어느새 입이 바싹 말라 있었다. 8m 지점쯤, 더 이상 손을 뻗을 힘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하강했다.



지상에 발이 닿는 순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3분여의 짧은 등반이었지만 굉장한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기분은 매우 상쾌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몰입 상태에서 빠져 나온 뒤의 쾌감이었다. “클라이밍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이에요. 조금만 주의가 흐트러져도 떨어질 수 있다는 본능적 공포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어요.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잊을 수 있는 거죠.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운동입니다. 몰입 후에 느껴지는 쾌감은 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주의가 산만한 청소년들에게는 집중력을 길러 성적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2차 시도

요령 없는 시도였지만 한 번 등반을 하고 나니 힘에만 의존해 무작정 올라가는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밍은 올라가면서 시작하는 운동이 아니라 바라보면서 시작하는 운동이에요. 등반하기 전 코스를 미리 보고 자신이 올라갈 길, 잡을 홀드의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놓는 ‘루트 파인딩’ 작업이 필요해요.” 알록달록한 색깔의 홀드는 바로 등반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한 것. 색깔별 혹은 홀드에 쓰인 숫자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 좀 더 쉽게 오를 수 있다. 기억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바로 전신을 사용하라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가 팔이라고 생각하지만 클라이밍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다. 특히 발을 잘 써야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고 효율적인 등반을 할 수 있다.



“클라이밍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이루어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손이나 손가락만으로 중력과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기는 매우 힘들어요. 손으로 중심을 잡고 발의 힘과 몸의 반동을 이용해 힘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해요.” 몸을 암벽에 최대한 붙이고 팔을 쭉 펴서 홀드를 잡은 뒤 그것을 중심으로 양쪽 발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설명을 듣고 나니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삼각형을 생각하며 두 번째 등반에 도전했다.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올라갈 코스를 차근차근 생각하며 이동하다 보니 확실히 처음보다 숨도 덜 차고 수월해진 느낌이었다. 처음 등반에서는 오로지 손과 팔의 힘에만 의존했다면 두 번째 등반에서는 확실히 복부와 허리, 다리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온몸의 근육들이 바짝 긴장해 예민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첫 등반에서 포기했던 8m 지점. 다리의 힘을 이용해 다음 홀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홀드에 손이 닿았을 때의 그 짜릿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국 12m 정상까지 등반하는 데 성공!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과 쾌감에 근래 들어 가장 상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클라이밍은 짧은 시간에 많은 근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 등반이 끝나고 나면 10~30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해요. 쉬는 동안 루트 파인딩을 하며 다음 등반을 준비하는 거죠.





Plus Tip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홀드. 색깔과 번호표는 초보자들을 위한 코스 길잡이가 된다.



홀드를 잡은 손과 양발이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등반하는 방법이다. 팔은 최대한 쭉 펴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적다.



Stretching

클라이밍은 운동 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특히 순간적으로 많은 근력이 소모된 팔과 다리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풀어줘야 한다. 손바닥과 팔, 종아리와 허벅지 스트레칭을 빼놓지 말 것!



노 기자의 生生 후기

처음 실내 클라이밍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덜컥 겁부터 먹었던 것이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까지 했던 운동 중 가장 짜릿한 쾌감을 경험했다. 등반을 할 때는 오로지 지금 잡은 홀드와 다음에 잡을 홀드만을 생각하고 집중하게 된다. 일상에서 나를 괴롭혔던 잡생각과 고민들을 까맣게 잊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오로지 매달리고 오르는 데만 몰입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이렇게 상쾌한 경험인지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클라이밍을 몸과 정신을 함께 단련시키는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전신을 단련시키는 데도 좋은 운동이다. 매달려 있는 동안 중심을 잡기 위해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특히 복부와 허리가 탄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신운동과 균형 감각, 정복감과 성취감, 정신적 쾌감까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등반을 왜 마약에 비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빠져들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클라이밍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용하는 전신운동입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섬세한 근육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온몸 구석구석을 강화시키고 발달시켜주죠. 근력과 균형 감각을 갖춘 5, 6세 아동부터 60, 70대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에요.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밸런스를 잡아줘 탄력 있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좋고, 손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등반 후 충분한 스트레칭과 냉찜질로 운동 후 부상 방지에 유의하세요. -K2 C&F 센터 서형찬 클라이밍팀장



K2 C&F 센터를 비롯해 노스페이스에서 운영하는 다이노월과 성남 스파이더 실내 암벽센터 등 수도권 내 실내 암벽장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K2 C&F 센터에서는 난이도별 초·중·상급 티칭반을 비롯해 청소년 스쿨, 단체 체험학습 등의 클라이밍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반인 클라이밍 일일 체험권은 3만원이다.





<■글&진행 / 노정연 기자 ■의상 협찬 / 컬럼비아 ■장소 협찬 / K2 C&F 센터(02-3408-9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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