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브랜드 열풍이 강남을 휩쓸고 있다. 올해 '젊은 백화점'을 목표로 20ㆍ30대를 겨냥해 동대문 인기 패션 매장을 입점시킨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매출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같은 매장을 운영 중인 영등포점 등과 비교했을 때 강남점 실적이 더 좋아 오히려 강북보다 강남에서 '동대문표' 브랜드 인기가 더 높은 의외의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강남점에 문을 연 동대문 여성의류 브랜드인 '마리스토리즈' 매장은 하루 평균 500만원 매출을 거두며 주변 영캐주얼 브랜드보다 무려 4배 높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오픈한 '루더스타일' 역시 기존에 입점했던 타 브랜드 대비 2배가 넘는 하루 평균 300만원대 매출로 순항 중이다. 두 매장 실적은 현재 같은 브랜드가 입점한 롯데 영등포점과 건대스타시티점에서 나오는 평균 매출보다 20% 더 높은 수치다.
최용화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CMD는 "오픈 당일 강남점 매장을 찾아 제품에 만족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그 다음날부터 매출이 크게 뛰었다"며 "물량이 달려 마네킹에 입힌 전시 제품까지 판매하고 급기야는 브랜드 본사가 있는 동대문에서 택배로 물건을 보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동대문 브랜드가 강북지역 핵심 점포보다 강남점에서 더 선전하는 것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현황에 비춰볼 때 더더욱 이례적이다. 일단 강남점은 점포 규모 자체가 영등포점의 70% 수준으로 절대 매출 자체에서 영등포점을 따라가기 힘들다. 특히 중장년층 고객이 많아 이들 동대문 브랜드가 겨냥한 영캐주얼 장르에서 다른 점포를 이기기 어렵다.
대치동에 소재한 강남점의 주력 고객층은 40ㆍ50대로 이들이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점포 평균과 비교해도 10%포인트나 더 높다. 인근에 타임스퀘어가 있어 20ㆍ30대 유동인구가 넘치는 영등포점과 건국대 인근으로 대학생 고객이 절대적인 건대스타시티점과 비교하면 더 차이가 난다.
비결은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강남 고객 특유의 성격에 있다.
최용화 CMD는 "강남점 고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다른 지역 고객보다 더 많다"며 "상품의 질과 가격만 괜찮으면 브랜드와 상관없이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설명했다.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기존 영브랜드보다 20% 싼 가격에도 뛰어난 품질을 갖췄을 뿐 아니라 2~3일 안에 제품 구성이 바뀌는 트렌디함을 무기로 패션에 민감한 강남 고객들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젊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최근 소비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최용화 CMD는 "20ㆍ30대를 겨냥해 선보인 브랜드지만 젊게 입고 싶어하는 40대도 매장을 찾는다"며 "덕분에 애초 목표보다 매출이 최고 300% 더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동대문 브랜드 호황에 맞춰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 본점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다른 주력 점포에도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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