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집에서는 수다쟁이, 밖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




1.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이 큰 아이

“잘 모르는 곳에서는 입이 떨어지질 않아요”

누구나 낯선 환경에 가면 불안감을 느낀다. 특히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쉽게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라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이런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깜짝깜짝 잘 놀라고 낯가림이 심했을 확률이 높다. 또한 익숙한 공간이 아닌 외부로부터 오는 대부분의 자극을 불편해한다. 소리는 물론 새로운 감촉, 심지어 눈빛 접촉도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만나면 엄마 뒤로 숨어버린다.



solution_ 아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바깥 환경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에서 혼자 블록 놀이를 즐기는 아이라면 블록이라는 ‘익숙한’ 매개체를 갖고 공원으로 나가는 식. 놀이를 즐기며 공원에 있는 다른 사람과 환경에 눈길을 주며 외부 세계로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혹은 아이와 비교적 친한 아이를 집으로 데려 와 함께 놀게 하는 것도 방법.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접하게 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장소에 익숙한 사람과 함께 가는 등 아이의 영역을 차츰 넓혀준다.







2. 통제 욕구가 큰 아이

“어라? 가만있으니까 사람들이 나한테 맞춰주네?”

말 안 하고 토라진 듯 가만있거나 조용히 엄마 뒤로 숨어버리면 주변에서 먼저 “어머, 왜 그러니? 무슨 일 있니?”, “우리 공주님, 뭐가 필요해?” 하면서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게 된다. 아이가 표현을 안 하고 있으니 어른들 딴에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런데 이런 아이들 중에는 의외로 통제 욕구가 큰 아이들이 많다. 먼저 입을 다물어버림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춰주는 순간을 즐기면서 동시에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 집에서는 조리 있게 말도 잘하는 똑똑이가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만 유독 말이 줄었다면 속된 말로 ‘간 보는 중’인 거다.



solution_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면 아이가 스스로 말하고 요구하기 전까지는 어른들이 알아서 ‘대신’ 해주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가 먼저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전까지 무심히 대하는 게 방법. 무심하게 대하는 것과 관심을 끊고 차갑게 대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친척집이나 낯선 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주변 어른들에게도 미리 아이가 말을 하거나 요구를 하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관심은 보여주되 되도록 내버려두라고 언질을 줄 것.



3. 자의식이 큰 아이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유난히 신경쓰는 아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한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익숙하다고 여겨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 있게 해내기 전까지는 굳게 입을 닫아버린다.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고 싶은 자의식의 욕구가 큰 나머지 오히려 새치름한 모습을 보이는 것. 이런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 그 환경에서 한 발짝 떨어져 주변인들을 면밀히 관찰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인정받고 관심을 끌 수 있는지 고민한다. 주로 부모가 엄격한 편이거나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경우일 확률이 높다.



solution_ 평가는 금물이다. 그리고 잘해내든, 그렇지 못하든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자. 못하는 모습도 너의 모습이고, 처음부터 누구나 잘할 수 없으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다독이고 격려해줄 것. 이런 경우라면 알게 모르게 엄마가 먼저 아이에게 ‘잘할 것’을 강요했을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잘해야 된다’보다 ‘그 정도면 괜찮아. 잘했어’라는 말을 더 많이 해주자. 또한 아이에게 말 좀 하라고 닦달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아이는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다. 그런 아이를 두고 “얘는 원래 그래요”, “밖에 나오면 말을 잘 안 해요”라고 단정 짓는 말을 해버리면 아이는 입을 열기 더 힘들어진다. 또 말을 안 한다고 아이가 해야 할 말을 대신 해주는 것도 금물이다.



◆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존중해주자

밖에서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먼저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항상 엄마 쪽이다. 정작 아이는 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흔히 말 잘하고 사교성 뛰어난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인정받을 거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엄마들이 아이를 외향적인 성격으로 키우려는 강박증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가 의사소통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면 당연히 원인을 찾아내 고쳐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말 표현을 잘 못하는 건지, 아니면 기질적으로 내향적인 아이인지부터 살피자. 단순히 성격이 내향적인 아이라면 평소에 말이 없더라도 해야 할 말은 꼭 한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존중하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잊지 말 것.















기획:박시전 | 일러스트:경소영 | 도움말:김이경(맑음청소년아동상담센터 상담연구원)







박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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