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있다고. 고양이 키우는 여자와 키우지 않는 여자.
대학 동창 P를 만났다. 그녀는 요즘 같은 때 졸업과 동시에 굴지의 의류업체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행운아다. 취업과 동시에 대학 시절 내내 갈망하던 독립까지 했다. 경제적 여유와 자유를 동시에 얻은 셈이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야근으로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면 외로워 견딜 수 없었단다. “남자친구를 만들면 되잖아” “남자친구가 밤새 패턴 뜨고 재봉틀 박아서 만들어지는 옷인 줄 아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와 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소리쳤다. “미쳤어! 한 마리도 아니고 둘씩이나? 드디어 너도 네가 증오해 마지않던 선배들과 똑같아진거야” 아무리 외로워도 밤마다 개나 고양이를 끌어안고 자는 선배들처럼 살지 않을 거라던 그녀였다. 식사 시간 내내 그녀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아는 언니가 기르는 고양이, 예전에 키웠지만 보름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고양이는 ‘죽었다’는 말 대신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 이유는 끝끝내 알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뜬 귀여운 고양이 등 고양이에 관한 말만 했다. 그것도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으로. 나도 어지간하면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려 ‘세상에서 고양이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 연기를 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나는 고양이 놀이터인 ‘캣타워’가 왜 필요한지, 자라나는 고양이의 발톱을 위한 ‘스크래처’라는 물건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으니까. 어쨌든 그녀의 삶도 예전처럼 ‘시크한 패션피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매 끼니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목덜미에 연고를 바르는 신세라니. 지금 그녀의 허벅지에 붙어 있는 회색 털이 고양이털이 아니길 빈다.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고양이가 그렇게 매력적인 피조물이었던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장기 솔로선언?
한반도에 문명이 발생한 이래로 이 땅에 이만큼 고양이가 사랑받은 적이 있었나 싶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애묘’ 인구는 몇 해 전부터 20~30대 독신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애묘가’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당당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문화 콘텐츠도 이를 반증한다. 온통 고양이 세상이다. 고양이가 손님들 테이블 위에 자주 오르락내리락해도 모두들 ‘꺄르르’ 웃기만 하는 고양이 카페, 고양이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물론, 고양이 애호가가 쓴 관련 에세이 서적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러다 세상의 끝은 인간과 고양이만 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SNS도 마찬가지다. 특히 트위터에는 두 가지 큰 부류가 존재한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이야기 하는 중년 남성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여자.
옳지 못한 편견이지만 혼자 사는 여자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자칫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 싶다. 나는 노파심으로 P에게 말했다. “너 알고 있어? 그거 장기 솔로 선언이나 마찬가지야. 만나는 남자한테 고양이 키운다는 말은 하지 마라.” 손익계산 확실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그녀들이 자신의 생활을 양보하면서까지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는 뭘까. 단지 예뻐서만은 아닐 거다. P는 말했다. “고양이만의 매력이 있지. 일단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해야 하나? 주인 같은 느낌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야.” 한 동물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젊은이들의 경우는 야근에 시달리고 연애를 못하게 되자 반려동물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양이가 채워주는 것은 외로움 그 이상인 것 같다. 왜냐고? 피도 눈물도 없기로 유명했던 P가 폭염에 전철타고 온 나를 위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단다. 이건, 고양이가 가져다준 변화다.
[기획 신정인 기자 글 이광수 사진 플리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42호(12.08.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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