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최고로 키우겠다며 상상하기 힘든 학대를 했던 어머니. 성적을 올려도 멈추지 않는 학대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이런 기막힌 사건에서 아들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여판사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0부 조경란 부장판사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수개월 동안 방치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지모(19)군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장기 3년6개월, 단기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비록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피고인 부자가 의지하는 하나님께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며 판결문의 끝을 맺었다.
처음엔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던 조 판사의 목소리는 판결문 말미에서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고,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끝내 눈물을 흘렸다. 수갑을 찬 채 피고인석에 서 있던 지군은 선고가 끝날 때까지 푹 숙인 고개를 들지 않았다. 조 판사도 지군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조 판사의 눈물에 방청객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판결문에는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의 마음과 법관의 의무 사이에서 겪은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을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의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군의 판결문에는 그가 겪었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군의 어머니는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사흘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고, 밥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며칠씩 지군을 굶기기도 했다. 지군은 성적을 이유로 어머니로부터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수백대를 두들겨 맞기도 했다. 지군의 변호인은 ‘지군의 엉덩이살이 잦은 매질로 울퉁불퉁하다’는 서울대 의대 신체감정 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지군은 지난달 21일 최후진술에서 “예전에는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는데 이젠 그립다. 하늘에 어머니가 제 모습을 보시고 미소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군의 아버지는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아들이 아빠를 믿고, 나도 아들을 믿어서 형이 늘어나지 않고 다행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교도소)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자기 생활을 충실히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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