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전 호른 부수석 김홍박씨가 호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씨는 최근 스웨덴 왕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제2수석으로 영입됐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스웨덴 왕립 오케스트라 호른 제2수석으로 영입된 김홍박씨]
30명과 3차 경합 끝에 합격
고교때 매일 남아 밤까지 연습… 학교 복도가 리사이틀 공연장
"선입견 깨고 싶은 오기 생겨 클래식 본고장서 도전할 것"
프로 야구와 축구 선수만 미국과 유럽 명문 구단에 진출하는 게 아니다. 국내 악단에서 기량을 다진 젊은 단원들도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로 진출하는 시대다. 그러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분야 해외 진출자는 여럿 있지만, 한국인이 유독 약한 금관악기 부문에서는 거의 없었다. 최근 이 경향을 깬 사례가 나왔다.
서울시향 전 호른 부수석 김홍박(30)씨는 최근 스웨덴 왕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제2수석으로 영입됐다. 스웨덴 왕립 오페라극장은 18세기 건립된 북유럽의 명문 극장으로, 김씨는 유럽의 호른 주자 30여명과 함께 3차에 걸쳐 오디션을 펼친 끝에 합격했다. 한국인은 호른 같은 금관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국제 음악계의 혹평을 깨는 쾌거로 음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1남 2녀 가운데 막내인 그는 성악을 전공한 큰누나의 영향으로 14세 때부터 호른을 불었다. "호른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음색을 갖고 있어서 연주하면 노래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지만, 처음 몇 달간은 제대로 음정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수업에 지각도 밥 먹듯이 했고, 선생님(최경일 부천 필하모닉 수석)이 오셔도 문을 안 열어주거나 숨기에 바빴죠." 하지만 개구쟁이 제자가 아무리 도망 다녀도, 선생님은 결코 화내거나 꾸짖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 선생님이 기다려주셨기에 오늘날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예고에 진학해서는 방과 후에도 매일 학교에 남아 밤 10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연습할 만큼 합주의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금관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학교 복도가 '리사이틀 공연장'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악기와 악기가 만나서 또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오케스트라 악보를 꺼내 밤새 연습하고 시청각실에서 몰래 잠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때 대학 주최 콩쿠르에 두루 입상했고, 고교 3학년 때는 부천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에 객원 연주자로 참가할 만큼 '겁 없는 소년'이었다. 김씨는 "1999~2003년 진행된 말러 교향곡 시리즈 연주에 참여하면서 고교와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 졸업 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공부하던 중 2007년 지휘자 정명훈의 러브 콜을 받고 서울시향에 합류했다. 4년간 활동 후 작년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마쳤고, 올해 스웨덴 오케스트라 오디션에서 합격했다. 그는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금관·타악 콩쿠르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호른을 비롯한 금관은 흔히 한국 오케스트라의 취약점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는 출국 직전인 1일 인터뷰에서 "금관 악기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오기와 근성이 생긴다. 호른 연주자로서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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