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이정하 기자 = 일명 학교 '짱'이나 '일진'들도 못 건드리는 학생은 누굴까? 바로 신고 잘하는 학생이다.
이같은 답은 법무부 서울소년분류심사원 한영선 원장(범죄학 박사)이 29일 교정상담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학교폭력에서 가해학생에 의한 피해학생 선택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도출됐다. 한 박사는 심사원에 위탁된 학교폭력 가해학생 5명(남3, 여2)을 심층인터뷰한 결과를 연구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일진들이 가장 괴롭히기 어려운 학생을 신고하는 학생으로 꼽았다. 신고하는 학생의 경우 신고 뒤 보복 폭행을 가해도 또다시 신고할 가능성이 커 아예 괴롭힐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이유에서 가정에서 과잉보호 받는 학생이나 말이 많은 학생 등도 괴롭힘 대상에서 제외다.
그럼 이들 가해학생들은 주로 어떤 학생을 괴롭힐까? 통상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학교폭력에서 자유롭다고 알려졌으나 실상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예외는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경우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이 왕따를 당하거나 돈을 뺏기고도 이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밖에 내성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거나 외모가 남들보다 떨어지는 학생, 체격이 왜소하거나 만만하게 보이는 학생 등도 일진들의 표적이다. 한 원장은 "가해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저항이 적은 대상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며 "피해학생들이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고'를 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 원장은 일진이나 짱은 싸움을 잘하는 것이 필요충분 요건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선후배들도 많이 알아야하며, 욕도 잘해야 된다. 심지어 교사에게 욕을하거나 반항, 교내에서 각종 말썽을 일으켜 일진을 인정받기도 했다. 실제 A(14·중2)군은 165cm로 덩치도 작고 싸움도 잘 못하지만, 싸움 잘하는 중3선배들을 잘 알고, 선생님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일진의 대열에 올라섰다.
한 원장은 "동급생간 계급화, 서열화 뿐만 아니라 고학년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이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구성하고, CCTV 설치 등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교사와 학생간 대결구도를 회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 문화를 발굴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ungha9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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