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9일 금요일

팝스타에 푹 빠진 소녀들…“뇌 때문”







[한겨레] 월스트리트저널, 뇌구조 분석

성장과정서 나온 ‘도파민’ 영향

소년들은 스포츠 스타에 빠져

소셜미디어가 ‘환상’ 키우기도


아이돌에 열광하는 극성 소녀팬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근심은 동서양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28일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18)에 열광하는 소녀들의 뇌구조를 분석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단 히스테리로까지 여겨지는 팝 가수들에 대한 소녀들의 열광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녀들은 팝 가수에게 왜 그렇게 열광할까.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흥분과 기쁨 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신경과학자 대니얼 래비티는 익숙한 음악을 들을 때 소녀들의 두뇌가 보이는 반응을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통해 관찰한 결과 초콜릿을 먹거나 도박꾼이 돈을 땄을 때처럼 다량의 도파민을 쏟아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맥길대학 교수팀은 이와 함께 10대 때 형성된 음악적 취향은 뇌리 깊숙이 각인돼 평생을 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10대 때 개발된 특정한 감각을 느끼는 신경 통로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잘 기능하는데 견줘, 다른 통로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10대 때 좋아했던 음악적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는 셈이다.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팝스타에 열광하는 것은 소녀들이 중독성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로맨틱하고 성적인 감수성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팝스타 같은 유명인과 사랑에 빠지는 꿈같은 감정들을 안전하게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견줘 남자 아이들은 닮고 싶은 스포츠 스타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등장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세계에 흩어진 2300만 비버의 팔로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생각과 일정을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스타가 팬들과 함께 있다는 ‘환상’이 생겨난 것이다. 아이들이 5~6시간씩 비버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숙제나 집안 일, 현실 속에서의 인간관계에 소홀해진다면 문제겠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들이 옆에서 돕는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기사는 지적했다.

때때로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미 코네티컷주 매디슨시에 사는 릴리 포글의 두 딸은 최근 비버가 여배우 셀레나 고메즈(20)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포글의 작은 딸 칼리(12)의 관심사는 이제 원디렉션이라는 5인조 영국 밴드다. 생각해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아이가 빅뱅과 샤이니에 빠져 있다고 걱정하는 엄마와 할머니들도 한때는 뉴키즈 온 더 블록과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장에서 손수건을 던져대던 ‘빠순이’들이었던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화보] 쫌, 보자.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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